3월 26일 차관회의에서 행정안전부(행안부)가 내놓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조직 축소안을 논의했다. 충격적이다. 그것은 행안부가 지난 20일 인권위 정원을 21.2%(44명) 줄이고 기구를 축소하는 최종안을 인권위에 통보하고 26일 회의를 거쳐 31일 국무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행안부의 안은 얼토당토않다. 지난 연말 인권위 축소 방침을 제기한 행안부는 그동안 감축 비율을 50%, 30% 그리고 21.2%로 바꿨지만, 감축 근거를 내놓지 못한 까닭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를 말하고 있지만 거기서도 인력감축 요구는 없었다. 그럼에도 인권위 축소를 고집하는 데는 청와대의 의지가 실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인권위는 애초 정당 및 시민사회의 의견에 따라 독립기관으로 설립된 것이다.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가 전체 진정사건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나라에서 정치적 독립은 그 존립의 필수조건이 된다.
이런 독립성에 힘입은 다양한 활동으로 인권위는 지난 8년간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크게 높였다고 본다.
“한국 인권위는 세계 국가인권기구들의 존경을 받는 지도자 역할을 담당해왔다”는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제니퍼 린치 위원장의 평가는 결코 빈말이 아니다. 실제로 이웃 중국과 일본이 자국 인권위를 만들기 위해 우리 인권위를 모델로 연구할 정도인 것이다.
우리 한국은 이런 국제적 평판을 기반으로 내년 조정위원회 의장국에 수임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MB 정부가 조직 축소를 강행한다면 이런 가능성이 물 건너간다.
정부는 하루 속히 인권위 축소안을 즉각 거두어들여야 한다. 품격 높고 존경받는 나라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제 여론을 인식해야 한다.
행안부 당국은 ‘인권위 축소안 연구’에 심혈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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