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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전남 ‘한번 낙후는 영원한 낙후’ |
2009년03월29일(Sun) |
| 전만오<편집국 기획취재부 차장> |
가난을 대물림하는 것을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나 재물을 모아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또 그것을 후손에게 물려주기를 원한다. 신이 아닌 이상 우리는 물질적인 풍요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로 각인돼 있다. 이 같은 인간의 욕망은 가족이라는 개념을 벗어나 사회, 나아가서는 국가에도 그 영향을 미친다. 잘살아보자는 데에는 개인과 국가와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다.
국가의 부유함은 경제적 수치만으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사회간접자본시설확충으로부터 시작해 피부에 와 닿는 복지문제 인프라 구축까지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 걸쳐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국가인지를 평가해야한다. 즉 사회 공동체를 위한 간접자본적 부유함을 말한다. 개인으로 말하자면 든든한 자신감과 의지, 인맥 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최근 광주·전남의 대형 국책사업이 줄줄이 퇴자를 맞았다. 정부가 경제성 위주의 평가인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낙후지역인 광주·전남의 지역 도로와 항공시설 개설 등의 사회간접자본시설 확충을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결과로 조사했기 때문이다. 평가 결과 모두 기준치 이하로 나타나
SOC 확충망인 대형사업은 중단 위기다. 예비타당성 조사제도는 1999년부터 무분별한 공사착공에 따른 예산낭비를 막자고 도입되었으며 나름대로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본다면 문제가 있다. 상대적으로 빈약한 경제적 기반을 둔 낙후 지방은 앞으로 100년을 가도 경제성 위주의 조사 기준에 맞추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특히 광주와 전남은 전국에서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경제적 기반으로는 사회간접자본시설 확충이 어림없는 소리라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의 국고보조사업, 민간투자사업의 경우 국고지원 300억 원 이상 사업은 요원해 질뿐이다.
무안국제공항의 경우 공항 활성화 등을 위해 호남고속철의 무안국제공항 경유를 국토해양부에 건의하고 있으나 사업비 6천500억원이 추가 소요되는 반면, 예비타당성 B/C(예산비용 대 편익·1.0이상)분석은 0.3점대에 그쳐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업이 어렵게 됐으며,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필수 사업인 여수공항 활주로 확정 공사도 예비타당성 점수가 B/C 분석 0.13, 종합평가(AHP)에서도 0.39로 최소 기준인 0.5이상을 충족시키지 못해 차질을 빚게 됐다.
여수공항은 그동안 전남도 등이 유럽노선을 취항하는 대형항공기 이착륙을 위해 활주로를 2800m에서 3200m로 반드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가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퇴자를 놓았다. 여수 엑스포에 개최일정에 시간적 여유로 비추어 본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또 전남 신안지역의 섬을 잇는 새천년대교 건설사업도 B/C분석에서 0.36점에 머물러 당초 4차로에서 2차로로 차로 폭이 축소돼 막대한 예산 투입에 비해 건설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조사 결과다. ‘장흥∼대덕간 국도’(B/C 0.04), ‘함평∼영광간 국도’(B/C 0.1), ‘여수∼남해 한려대교’(B/C 0.11) 등 SOC 및 현안사업들이 예산타당성 분석 결과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다.
광주시의 경우도 최근 광주3순환도로 4구간의 B/C가 0.025에 그친 것으로 나와 사업이 후순위로 밀려날 처지에 놓여있다.
예비타당성조사 제도가 나름대로 순기능이 있지만 이 같은 지수 구조에 따라 경제성 위주가 강조되면 낙후지역은 10년, 100년이 지나도 낙후를 벗어나지 못하는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가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한번 낙후는 영원한 낙후’라는 말이 맞아 떨어진다.
광주·전남 등 낙후지역 SOC 확충은 ‘선 공급, 후 수요창출’ 원칙을 적용, 예비타당성 조사기준에서 지역균형발전지수를 70% 이상 적용해야 한다. 아예 낙후지역의 경우 전국평균 수준의 SOC가 건설될 때 까지는 B/C 또는 AHP 분석 결과에 의하지 않고 균형발전 차원의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SOC 확충망 등의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교통량이 줄어들고 있는 광주·전남 등 낙후지역의 경우 예산비용 대 편익을 비교하는 B/C(1.0이상) 수치가 낮을 수밖에 없다. 결국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이는 낙후지방을 잘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아니라 빈익빈 현상이 가중돼 낙후 고착화로 빚어진다. 이에 따른 지역민들의 우려는 심각하다.
국책사업의 사업선정과정에서 경제성도 중요하지만 낙후지역을 배려한 지역균형발전 관점의 지수 가중치 적용 등 정책적인 배려가 이뤄져야 만 광주·전남 같은 낙후지역의 균형발전이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예비타당성조사제도를 낙후지역 중심의 지역균형발전 차원으로 초점을 맞춰 관련법 개정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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