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초등학교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교장실에서 찾는다는 말을 듣고 교장실로 가니 교장선생님께서 차까지 내놓으시면서 수업에 대하여 걱정을 하셨다. 선생님들이 ‘질문’있는 수업을 안 한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과제로 줄 것이니 연구하라는 격려와 함께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고사가 생겨난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제환공이 관중과 습봉을 이끌고 소국인 고죽국을 토벌하고자 군사를 일으켰을 때의 일이다. 공격을 시작했을 때는 봄이었으나 싸움을 끝내고 돌아올 때의 계절은 어느덧 겨울이었다. 살을 에는 찬바람과 악천후에서의 행군은 갈 때와는 전혀 달라 고생이 대단했다.
산을 넘고 계곡을 건너 진군하던 중 환공의 군대는 어느새 길을 잃고 말았다. 지독한 추위 속에서 덜덜 떨면서 대장들이 저쪽인가, 아니 이쪽 늪을 건너야 하지 않나 하며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관중이 단호하게 말했다. “이런 때는 늙은 말이 본능적 감각으로 길을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짐을 나르는 말 중 늙은 말을 한 마리 골라 수레에서 풀어 주었다. 말은 잠시 두리번거리며 길을 찾는 듯 싶더니, 잠시 후 어느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늙은 말을 따라 길 없는 길을 가는 동안에 군대는 마침내 제 길을 찾아 병사들은 무사히 행군을 계속할 수 있었다.
또 험한 산속 길을 행군했을 때의 일이었다. 병사들은 휴대하고 있던 물을 다 마셔버렸는데 가도 가도 샘물은 커녕 냇가도 나타나지 않았다. 군사들은 목마름에 허덕여 더 이상 한 걸음도 전진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때 습봉이 말했다.
“개미란 것은 겨울에는 산의 남쪽에 집을 짓고 여름에는 산의 북쪽에 집을 짓는 법인데, 한 치의 개미집이 있으면 그 아래 8척이 되는 곳에 물이 있는 법이다.”
그래서 개미집을 찾아 그 지하를 몇 자 파 들어가자 콸콸 물이 용솟음쳐 나왔다고 한다.
늙은 말의 지혜(老馬之智)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먼저 교장선생님의 말씀처럼 오늘날 우리 교실에서는 질문이 없는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인간이 무엇을 알려고 하는 것은 본능이다. 그런 의미에서 질문 있는 수업은 우리가 해야 할 의무이다. 우리 시대 사람들은 영민한 머리를 갖고 있지 않으면서 뽐내는 것을 좋아하고 물어보는 것을 싫어한다. 관중같이 훌륭한 사람과 습봉처럼 지혜로운 사람도 모르는 것에 이르러서는 늙은 말이나 개미를 스승으로 삼는 것을 꺼려하지 않았다. 뭐든지 안다고 제 아무리 잘난 체해도 그 지혜가 늙은 말이나 개미만도 못한 때가 있는 법이다.
즉, 아무리 하찮은 인간이라도 사람은 각각 장점과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러니 모르면 물어야 한다. 소크라테스의 위대함은 다른 사람은 모른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데 자신은 모르는 것을 앎에 있었다. 우리는 너무 많이 가르치려는 욕심에 어린이의 물어보고 싶은 욕구를 죽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질문 있는 수업, 퍽 매력적이다.
다음으로 관중이나 습봉 같은 훌륭한 인재를 기르려면 우리 교육시스템을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우리는 교육대란 속에 살고 있다. 아무리 좋은 방책을 내놔도 소용이 없다. 해방 후 수없이 많은 교육개혁을 시도했지만 크게 성공하지 못한 것은 틀을 바꾸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교육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우리 교육이 신자유주의에 휩쓸렸다고 생각한다. 그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지나친 경쟁교육은 하지 말아야 한다. 경쟁교육은 이미 70년대에 이골나게 경험하였다. 그리고 경쟁교육은 교육비용을 증가시키고 계층 간의 고착화를 부채질한다. 우리가 버렸던 서당교육이나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같은 북유럽 선진국의 교육에서 평등성과 학습자 개인의 자유를 꾸준히 지원해 준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이제부터라도 질문있는 매력적인 수업으로 관중이나 습봉같은 훌륭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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