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선종 이후 장기기증에 동참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광주의 한 구청장 부부가 의과대학에 해부용 시신 기증을 서약한 것이 뒤늦게 밝혀져 눈길을 끌고 있다.
26일 광주 북구에 따르면 송광운 북구청장(55·사진)은 부인(54)과 함께 지난 2006년께 자녀들이 다녔던 전남 모 한의대와 서울 모 의대 두 곳에 시신 기증을 약속했다.
송 청장 부부는 의대·한의대에서 공부하고 있던 자녀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시신이 부족해 해부학 실습교육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을 듣고 시신기증을 결심했다.
이같은 결심을 들은 송 청장의 자녀들은 직접 시신 해부를 해 본 탓에 시신기증 반대의사를 밝혔다.
이에 송 청장 부부는 “의대생 20명이 시신 하나를 놓고 해부학 실습을 하는 열악한 상황에서 제대로 공부가 이뤄지겠냐”며 “죽으면 한줌의 재로 될 것인데 너희들을 잘 키워준 대학에 진 빚을 갚고 싶다”며 자녀들을 설득했다.
송 청장 부부는 1년간 자녀들을 계속 설득했고 이제는 자녀들도 그 뜻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송 청장 부부는 두 대학에 시신을 기증할 것을 유언장으로 작성했고 사후에 묘지도 조성할 필요도 없이 화장을 하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송 청장은 “시신기증은 해부용 시신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자녀들의 말을 듣고 부인이 먼저 제안했다”며 “많은 사람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고 사회발전에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 싶은 마음에 시신기증을 약속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 청장은 또 “최근 김수환 추기경의 각막기증을 계기로 장기기증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이 변화돼 많은 사람들이 사랑의 장기기증에 동참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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