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임시국회에서 출자총액제한제 폐지를 둘러싸고 여야 간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출총제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우리만의 규제법안으로 도입이후 지난 20여 년간 폐지 논의가 끊이질 않았다. 국내기업의 투자 위축, 외국기업과의 차별 등 각종 부작용이 계속되자 공정위는 예외조항을 하나둘씩 신설하는 임기응변으로 대처하였고 결국 누더기 법안이 되어버린 것이 바로 지금 출총제의 모습이다.
출총제 폐지의 조건으로 논의되고 있는 이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의 이사진을 상대로 대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회사 주식을 1주도 갖고 있지 않은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자회사의 주식가격 하락이나 매출 급감 등 유·무형의 피해를 자회사 주주가 감당해야 한다.
이웃 국가인 일본의 경우, 자회사 주주 보호가 우선이라는 이유로 입법을 포기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06년에도 출총제 폐지의 조건으로 순환출자규제를 도입하자는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출총제를 폐지하면서 더 큰 규제인 순환출자규제를 도입하려 한다는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위기상황도 점차 심각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각국은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직·간접적인 지원을 해가며 기업들의 투자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투자를 저해하는 출총제를 폐지한다면서 전제조건으로 다른 규제도입을 논의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가 하나 양보할테니 너희도 하나 내놓으라는 ‘주고받기’식의 정치적 타협으로는 작금의 경제위기를 해쳐나갈 수 없다.
정치권은 출총제의 유일한 대안은 아무런 조건 없는 출총제 폐지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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