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모도 기막힌 입양지교’. 한국일보는 2월 12일자 헤드라인기사에서 서울 용산 미군부대 안의 미국인학교에 보내기 위해 알지도 못하는 미국인에게 자녀를 입양까지 시키는 한국인 엄마들의 입학 경쟁에 대해 보도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진짜 미군 자녀가 탈락했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게다가 거래비 2억원이 탐나 미국인도 선호한다는 것도 함께 보도했다. 이 기사를 보는 순간 ‘역시 우리나라 엄마들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생각났다.
맹자는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편모슬하에서 자랐다. 그의 어머니는 자기의 정열을 오직 아들 성장에만 걸고 있었다. 맹자의 어머니는 처음 공동묘지 근처에서 살고 있었는데, 맹자가 노는데 벗이 없어 무덤 파는 인부의 시늉을 하기에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시장 근처로 이사하였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장사치의 흉내를 내기에 마지막으로 서당 근처로 이사를 하였다. 그랬더니 책을 읽고 가지고 노는지라 ‘이런 곳이야말로 아들을 기를 만한 곳이다’라고 기뻐하였다는 것이다. 맹자는 전국시대의 유가의 중심인물이며 공자에 버금가는 인물이라고 하여 아성이라고 일컬어진다.
삼천지교는 아동의 교육에 환경의 영향이 심대하며, 교육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환경에 의해서 결정지어진 사례는 최근 미국에서도 찾을 수 있다.
미국에서 가장 머리가 좋은 사람은 올해 나이 52살의 크리스토퍼 랭건이라는 남자다. 전문가가 측정한 그의 IQ는 195~210. 상대성 이론의 과학자 아인슈타인의 IQ는 150, 1960년 신동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한국의 김웅용씨의 IQ가 210이었으니 대단한 천재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외모만 보면 랭건은 전혀 천재 같지 않다고 한다. 현재 그는 몸을 움직여 먹고 사는 육체노동자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고 지금도 미주리주 교외에서 말 목장을 운영하면서 산다. 그래서 보디빌딩 선수로 보일만큼 잘 다져진 근육질의 몸매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 왜 이 미국의 천재는 블루칼라 노동자가 되었을까? 여러 사람이 이러쿵 저러쿵 말을 하지만 미국의 유명한 작가 말콤 글래드 웰이 ‘아웃라이어’라는 책에서 전해주는 말이 매우 흥미롭다. 이 책에서 전하는 바에 의하면 유전과 환경의 논쟁은 접어야 한다.
랭건은 선천적으로 최고의 지능을 갖고 태어났지만 후천적 환경은 누구보다 열악했다고 한다. 집은 찢어질 정도로 가난했고, 술주정뱅이인 의붓아버지는 채찍으로 그를 자주 때렸다. 그의 천재성을 알아주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학교를 졸업했을 때 SAT에서 만점을 받았지만 전액 장학금을 주겠다는 대학은 두 곳뿐이었다.
오리건주의 리드 대학을 선택했으나 얼마 뒤 그만둬야 했다. 사소한 서류미비로 장학금 지급이 거부되었기 때문이다. 그 뒤 몬타나 대학에 다시 등록했지만 이번에는 고물자동차가 고장 나 통학이 어려웠다. 그 길로 대학을 때려치운 그는 먹고 살기 위해 막노동에 나선다. 건설현장을 떠돌거나 고기잡이배도 탔다.
그리고 카우보이, 삼림소방관, 나이트클럽 경비원 등으로 일했다. 타고난 능력과는 전혀 상관없는 밑바닥 인생을 산 것이다. 맹자는 어머니의 채찍질이 성취를 가능케 했지만 랭건은 자극이 없어 고비를 극복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99년 에스콰이어라는 잡지에 소개되면서부터였다. 40대 경비원이 철학, 수학, 물리학에 고명한 학자 못지않은 지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언론은 앞다투어 그의 IQ를 측정 공개했다. 당대의 천재를 뒤늦게 발견했으나 너무 늦었다.
랭건은 이미 나이를 많이 먹어버렸고 그 좋은 머리로 세상에 충분히 기여하지 못하고 말 돌보는 일로 늙어가고 있다며 글래드 웰은 안타까워했다. 어린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지능이 아니라 가정환경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 볼 수 있다.
우리의 천재 김웅용씨는 어릴 적 스트레스 때문에 평범한 길을 선택했어도 학계에서 인정받는 논문을 수없이 발표한 박사이자 세계적 지성인이 되었다고 한다. 부모가 교수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랭건의 경우를 접하면서 무학년제 같은 영재교육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의 영재교육은 우수아 교육이지 진정한 영재교육은 아니다.
다음으로 가난 때문에 좋은 머리로 태어났으나 좌절하고 샛길로 빠지는 좋은 인재가 없도록 국가가 교육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국가적 손실이 너무나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코믹스-200727.jpg)
.gif)
돌아가기
.jpg)
 (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