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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사람에게 배우는 공부 |
2008년12월18일(Thu) |
| 안용호<전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장학관> |
어렸을 때 할머니께서 해 주신 이야기다. 오랜 옛날 공부를 무척 하고 싶어 하던 마당쇠가 있었는데 마당을 쓸다가도 도련님의 글 읽는 모습만 보면 한숨을 쉬고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면서 풀이 죽어 일도 잘 않는지라 이것을 눈치 챈 주인이 마당쇠를 불러 그렇게도 공부를 하고 싶으냐고 물어보았단다.
마당쇠는 공부만 시켜주신다면 원이 없겠다고 말하였고, 이에 주인은 마당쇠를 목욕시키고 도련님과 똑같은 옷을 입힌 후 양반다리 자세로 책을 읽혔는데 반나절도 안 되어 못 읽겠다고 악을 쓰면서 뛰쳐나가더란다. 그 후 마당쇠는 쟁기질을 하면서 소가 조금만 늦게 가면 ‘이렷, 이놈의 소 천자문을 읽힐까 보다’하면서 고삐로 소를 세게 때리더란다.
할머니의 이야기에서처럼 공부는 쉬운 것이 아니다. 고도의 지적 활동이기 때문에 시작할 땐 힘에 부치는 것이 당연하다. 공부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하여 노력하는 자세, 더 나아가 새로운 자신을 찾아가는 또는 만들어 가는 한 과정이다. ‘공부를 왜 하는가?’는 철학적인 문제이며 우리 삶의 방식과 관련된 문제인 것이다.
세종임금은 세자로 있을 무렵 책을 읽으면 반드시 백번을 채우기로 하였다. 좌전과 초사라는 책은 백번을 넘게 읽었다. 오죽하면 세조가 건강을 해친다고 책을 다 빼앗아 갔을까? 필자는 책 한권을 5번 밖에 읽지 않으니 비교가 안된다. 우리 어린이들은 10분을 넘겨 책을 읽지 못하니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조 5백년의 기초는 세종임금 때 밑다짐 공사가 다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는 공부에 미친 사람이었다.
서경덕은 황진이, 박연폭포와 함께 개성을 대표하는 송도삼절로 지칭된다. 서경덕은 하나의 사물을 궁리하여 깨우친 뒤에야 비로소 다시 다른 사물을 궁리했다. 만일 미처 깨우치지 못하면 음식을 먹어도 그 맛을 모르고, 길을 나서도 어디로 가야할지 알지 못했다. 더러는 며칠 동안이나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으며, 어떤 때는 눈을 감았다가 꿈속에서 깨닫기도 하였다.
이렇게 공부한지 5, 6년 만에 사물 가운데 이치를 궁구하지 못한 것이 없게 되었다. 서경덕은 끝없는 사고를 통하여 스스로 터득하고 이를 책으로 증명하는 공부법을 추구하였다. 스스로 깨친 놀라운 사고력교육이다. 오늘 우리가 말하는 사고력 교육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기대승은 호남이 배출한 대유학자다. 기대승은 ‘글을 읽을 때 옛사람의 마음을 보아야 하니 반복하여 마음에 깊이 붙여야 한다. 터득하려면 마음으로 체득해야 하니 언어만 가지고 찾으려 들지 말라’라고 설파했다. 기대승은 퇴계 이황과 12년 동안 서한을 주고받으면서 8년 동안 사단칠정을 주제삼아 논변한 편지로 유명하다.
기대승은 자기혁신을 통하여 격물치지와 심학까지 아우르는 유학을 통달하여 새로운 인간을 발견한 위대한 학자다. 이처럼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은 누가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공부한 점을 본받아야 한다.
이덕무는 ‘책만 보는 바보’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규장각 검서관이었다. 이덕무야말로 공부의 참 맛을 느끼고 즐긴 사람이었다. 이덕무는 자신을 ‘간서치’라고 하면서 평생 책 읽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고 살았다.
‘글을 읽는 횟수는 시간을 배정해야 하고, 배정된 시간을 넘나들어 더 읽기도 하고 덜 읽기도 해서는 안된다. 나는 어릴 때 하루도 공부하는 과정을 빼먹은 일이 없었다. 이 아침에 40, 50줄을 배워서 하루에 50번을 읽었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다섯 차례로 배분하고 한 차례에 열 번씩 읽었다. 몹시 아플 때가 아니고는 어기지 않았다. 그러므로 공부하는 과정이 여유가 있고 정신이 증진되었다’고 쓰고 있다. 놀라운 일이다. 이렇게 몰입하는 공부를 하는 어린이가 있는가?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어린이들은 대학을 가기 위하여 몰입교육을 하고 교육 노동을 하고 있다. 옛사람들은 우리에게 공부는 과정을 천천히 밟으면서 쉼없이 행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또 대학입시라는 목표만을 바라보는 공부를 하고 있다고 질책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처럼 우리 옛사람들에게 공부의 참의미에 대하여 배워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은가?[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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