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6차 6자회담에서 북핵 검증의정서가 채택되지 못했다. 각국 수석대표들은 합의 도출을 위해 노력했지만 북한은 ‘시료 채취 불가’를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7월 회담에서 합의한 핵시설 현장 방문, 서류 검토, 기술관계자 인터뷰만으로 충분하다며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고 한다.
이로써 비핵화 2단계인 북핵 불능화는 버락 오바마 정부의 과제로 넘겨지게 됐다. 그러나 검증의정서조차 마련되지 않음으로써 내년 1월 회담이 재개된다고 해도 진전 여부는 불투명하다. 2단계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3단계인 핵물질 폐기로 넘어갈 수 없기 때문에 북핵 문제 해결은 그만큼 어렵게 됐다.
원칙도 없고 전략도 없이 냉탕 온탕을 오갔으니 북한에 협상주도권을 뺏긴 채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로 보인다.
실제 협상 내용을 봐도 그렇다.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선 폐기 대상이었던 ‘핵무기’가 2007년 ‘2 ·13 합의’에선 제외됐다. 같은 해 ‘10·3 합의’에선 북한 핵프로그램의 ‘신고’만 들어 있지 ‘검증’은 빠졌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이 북한을 방문해 ‘시료 채취’에 대해 구두합의했다고 했지만, 북한은 이를 일축했다. 이렇게 북한에 양보를 거듭하면서 협상만은 유지하겠다고 하다가 좌절된 것이 이번 6자회담인 것이다. 비록 성과물은 있었으나 ‘핵 폐기’라는 본질적인 차원에서의 협상 진전과는 거리가 멀다.
미국을 비롯한 6자회담 당사국들은 북한의 이런 행태를 더는 용납해서는 안 된다. 이대로 가면 6자회담이 무력화되면서 북핵은 기정사실화돼 동북아의 비핵화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 보다 효과적인 수단으로 북을 압박해야 한다. 북핵이 용인되면 이란의 핵도 막지 못한다.
한국의 좌파들도 끝내 핵보유국이 되고 말겠다는 북 앞에서 언제까지 ‘우리 민족끼리’를 되뇔지 이제는 자문해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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