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세금포탈과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박씨는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본 사람이다. 1990년 재벌 2세들과 함께 마약을 먹고 연예인 매춘을 한 혐의로 구속된 일이 있다. 그때도 탈세가 적발돼 39억원을 추징당했고 라스베이거스에 서 거액 도박을 했던 사실도 드러났었다. 지난 정권의 대통령은 이 사람을 후견인으로 삼아 5년 내내 가까이에 두었다. 대통령을 등 뒤에 둔 그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작년 12월 비행기가 이륙하니 등받이를 세워달라는 승무원에게 행패를 부려 비행기를 다시 계류장으로 되돌아가게 했던 사실에서 알 수가 있다.
박씨는 1988년 노건평씨가 "동생 선거자금이 필요하다"고 하자 노씨의 김해 땅을 4억5000만원에 사줬다. 2002년에도 노씨의 거제도 별장을 10억원에 샀다. 박씨는 지난 정권 동안 단 한 번의 거래로도 대통령의 형에게 베풀었던 호의의 수십 배, 수백 배를 챙겼다. 2005년 110억원으로 세종증권 주식을 샀다가 농협의 인수 발표 직전 팔아 200억원 이상을 남겼다. 그 돈을 밑천으로 농협의 알짜 자회사 휴켐스를 인수했고 휴켐스 주식을 증권사에 되팔아 300억원을 벌었다. 그는 딸을 청와대에 근무시킬 수도 있었고, 그의 사돈은 지방국세청장에서 보훈처장으로 영전도 했다.
박씨가 2007년 7월 항소심에서 법정 구속되지 않았다면 남해화학도 박씨 몫이 되었을 것이다. 휴켐스 노조는 처음엔 박씨에게 인수되는 걸 반대하다가 박씨가 입막음용으로 16억원을 노조발전기금으로 내놓자 찬성으로 돌아섰다고 한다. 농협과 농협 자회사의 노사 모두가 누가 뭘 주든지 덥석 받아먹는 부패 체질에선 형제처럼 닮았다.
박씨를 중심으로 이리저리 얽혀 있는 비리의 양상이 가면 갈수록 걸려나오는 고구마 줄기를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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