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참고인을 강제 소환할 수 있는 참고인 구인제도와 검찰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의 거짓 진술을 처벌할 수 있는 사법방해죄 도입을 ‘미래발전 전략’으로 추진하겠다고 검찰이 어제 창설 60주년 기념식에서 밝혔다.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범죄로부터 사회방위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검찰 수사제도의 보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쉽고 편한 수사를 추구한 나머지 인권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
검찰이 내부 설문조사로 뽑은 20대 사건 중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건’도 4개가 포함됐다고 한다. 1986년 부천서 성고문 수사, 1999년 대전 법조비리 같은 것들이다.
검찰이 반성해야 할 과거 사건은 그 정도가 아니다. 인혁당 사건, 민족일보 조용수 사건, 함주명씨 간첩조작사건 등 굵직굵직한 것만 세어도 한참이다. 대법원이 문제 있는 판결로 간추린 것만 224건이며, 몇몇 사건은 이미 법원의 재심을 통해 무죄선고가 내려진 바 있다. 당시 검찰의 수사 및 공소 자체가 잘못되었음이 객관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검찰이 독재정권의 시녀가 되어 무고한 사람을 고문하고, 감금·구타하는 등의 방법으로 진실을 왜곡·조작했다는 뜻이다.
검찰이 사정 최고 책임기관으로서 국민 신뢰를 받으며 자기 책임을 다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게 정치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것이다. 국민은 검찰이 권력의 머슴처럼 행동하는 것을 수없이 보아왔다. 정치권력은 인사권을 무기 삼아 검찰을 정권의 도구로 부리려 들었고, 일부 검찰 간부들은 그런 권력에 알아서 기는 처신을 해왔다. 검찰은 권력의 칼이 아니라 국민의 칼이어야 한다.
검찰은 금력에 대해서도 꼿꼿해야 한다. 명절에 받는 인사는 괜찮다며 재벌이 돌리는 떡값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 챙기는 검찰에게 국민이 존경을 줄 수가 없는 것이다. 검찰의 ‘스폰서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소소하다며 받는 금전적 도움엔 다 언젠가 그 인연을 활용해 보겠다는 검은 생각들이 스며 있는 것이다.
수사 편의보다 인권을 앞세워야 한다. 검찰 수사를 받아본 사람 중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이 한 둘 아니다. 약점을 이용한 인격 모멸과 언어 폭력으로 얻어낸 수사결과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검찰 분위기는 없어져야 한다.
싹쓸이 식 압수수색 관행은 바뀌어야 한다. 저인망 식으로 뒤져서 뭔가 걸려들면 그걸 활용해 수사대상을 굴복시키겠다는 유혹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건 수사권의 횡포일 뿐이다. 수사 대상에 오른 피의자 범죄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채 돌려보낸다고 해서 그걸 수치스럽게 생각할 이유도 없다.
내부 비리부터 단호하게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 제 식구 비리는 적당히 감싸고 넘어가는 검찰을 어떻게 사회 기강을 바로잡는 마지막 책임을 지닌 조직이라고 할 수가 있겠는가! 또 검찰의 의도에 따라 정의와 진실이 가려진다는 부작용도 있다. 가뜩이나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가시지 않는 우리 현실에서 한층 사법불신을 키우는 요인이다. 정치인이나 기업인에 대한 수사가 그런 식으로 이뤄진다고 할 때 누가 동의할 수 있겠는가.
우리 현대사에서 검찰만 국가폭력을 저지른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국정원과 군, 경찰은 최근 몇 년 사이 잇따라 내부의 어두운 과거사를 들춰내며 반성의 시간을 가진 바 있다. 법원도 이용훈 대법원장이 사법부 60주년 기념식에서 과거사에 대해 사과한다고 언급함으로써 미흡하나마 반성의 빛을 보이기도 했다.
검찰 60년은 국민의 검찰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돌아보고 다짐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깨달은 자는 주먹을 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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