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새벽 서울의 한 대형 나이트클럽 화재로 화재진압중인 동료소방관 3명이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현장에서 소방관의 순직 소식이 들려 올 때마다 같은 소방관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한 심정이 들고 비애를 느낄 수밖에 없다. 국민의 공복이고 머슴이라지만 타 직종에 비해서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곳에서 일하는 우리 소방관들의 애환을 누가 알겠는가?
몇 년 전 한 동료가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처갓집에 인사를 갔더니 장인어른이 보험증권 2개를 직원 손에 쥐어주더라는 말을 듣고 소방관의 현실을 뼈져리게 느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대형 참사가 있을때마다 정부나 소방당국에서는 재발사고 방지를 위해서 여러 가지 정책들을 내놓지만 소 방관의 현실을 모르는 임기응변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장비를 갖추고 현장활동을 하더라도 예고없이 무너져 내리는 건물 잔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어 소방관들의 현장활동 안전수칙도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위험한 줄 알면서도 책임감 때문에 최후 순간까지 건물 잔해를 헤집고 다니면서 인명검색을 하는 것이 소방관의 현실이다.
최근 불안정한 경제와 사회현실 때문에 술을 마시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최근 3개월 여수소방서 관내 구급출동 현황을 보면 단순 주취자로 거리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이송하기 위해 출동한 건수가 전체 10%에 달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곤히 잠들어 있는 한밤중에 술에 취해 거리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응급환자로 오인해 119에 신고하는 사례가 많다.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에게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심한 욕설과 함께 폭행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잠도 반납하고 출동한 소방관들. 이제는 그들의 술주정도 들어줘야 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을 생각할 때 소방관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고 항상 친절한 자세로 임해야 하는 공무원의 본분에 한계를 느낄때도 있다고 한다.
사고가 있을때마다 소방관에 대한 동정과 근심어린 눈길보다는 정말 필요할 때 119를 불러주는 것이 우리 소방관들을 이해해주고 도와주는 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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