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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요 칼럼(55)-이승배 논설위원 |
2008년08월07일(Thu) |
| 여름철 피서지 해변에서의 매춘시장 |
한 여름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전국의 유명한 피서지는 넘쳐나는 사람들로 몸살을 앓는다. 고속도로 역시 명절 때처럼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거북이처럼 천천히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자동차 에어컨 바람에 무더위를 식히며 힘들게 도착한 곳은 파도소리 넘실대는 바닷가. 형형색색의 파라솔과 수영복을 입고 몸매를 내뿜는 사람들 사이로, 반짝이는 물결을 내뿜으며 질주하는 바나나 보트는 일상의 누적된 피로를 단숨에 날려버릴 기세이다.
하지만, 밤이 되면 사정이 좀 달라진다. 해변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있는 젊은 사람들의 매춘시장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아직 학생의 앳띤 얼굴을 짙은 화장으로 애써 감춘 여자아이들 사이로 몇몇의 남자아이들의 접근해 함께 놀자고 한다. 서로가 맘에 들면 이들은 인근 해물탕 집이나 바닷가 모래사장에 둘러앉아 파도소리를 배경으로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게임을 하면서 벌칙으로 술 마시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남녀 모두 만취 상태가 되고, 여자들은 남자들 등에 실려 모텔방으로 들어간다. 여자들의 의사에 반해서 벌어진 일이라면, 형법상 강간죄를 적용할 수도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여자들은 돈 없이도 휴가지에서 술 밥을 얻어먹으며 놀 수 있는 대신, 몸은 허락해도 어쩔 수 없다는 미필적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술밥을 사며, 바가지로 잔뜩 올라버린 방값까지 지불하는 남자들이지만, 대신 낯선 여자들과 하룻밤을 잘 수 있기 때문에 그 비용을 아까워하지도 않는다. 그런 남자들과 여자들 중에는 20대 대학생들도 있고, 10대 중·고등학생들도 있다. 술을 파는 슈퍼 주인이나 식당 주인들도 모두 이런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여름철 바닷가에서 흔히 벌어지는 풍경이다.
인터넷에는 이런 무용담이 하루에도 수백개씩 올라오고 있다. 이에 자극 받은 다른 아이들과 철없는 어른들은 “나도 한번?”이라는 엉뚱한 상상을 펼치고 일부는 바다로 떠나기도 한다. 뭐 자유연애 시대에 서로가 좋아서 하룻밤 즐긴다는데 뭐가 문제냐고 따진다면, 대답하기 참 고약하다.
시대를 막론하고 남녀가 단물에 개미 끓듯 서로 관심을 보이며 만나는 일은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름 피서지 해변에서의 만남은 대부분 그 의미가 다르다. 청소년의 ‘일탈’이라고 지적 하기도 하지만, 더 구체적으로 ‘매춘’의 변형된 형태가 아닐까 싶다. 문제는 그 매춘의 주체가 홍등가에서 일하는 직업여성이 아닌 평범한 중·고등학생들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아들, 딸들이고, 조카이며, 형, 동생들이 그들이다. 친구들과 바닷가로 여행 간다며 용돈 받아 떠난 순진한 아들과 딸들이 하룻밤의 낯선 이성과의 쾌락에 사로잡힌 동물의 탈을 쓰고 있는 것이다. 장자의 ‘호접몽’을 빗대자면, 아이들이 해변에서 욕망에 일그러진 동물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그런 동물들이 일상에서 순진한 아이들이 되는지 헷갈릴 지경이다.
장자는 나비가 되는 꿈을 꾸고 나선 만물의 구분이 불필요하다고 했지만, 우리아이들을 욕망의 노예와 동일시하기에는 여전히 불편하고 꺼림직하다. 여전히 그런 의심으로부터 자유로운 소위 괜찮은 아이들도 많이 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위안해 볼 뿐이다.
만약 여름 밤 바닷가에서 벌어지는 이런 일들이 잘못된 것이라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돌려야 마땅할까? 어린 나이에 소주의 칼칼한 목 넘김을 이해하고 담배의 구수하면서 쌉쌀한 뒷맛을 알게 된 것은 누가 가르친 것일까? 바닷가에서 남자는 돈을 대고, 여자는 몸을 대는 짧은 만남은 어디서 배운 것일까? 설마 내 아이는 아니겠지 하는 편리한 생각이 더 많은 아이들을 오늘도 해변으로 불러모으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분들은 알고 있는 것일까?[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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