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정책에서 강공을 유독 퍼붓고 있는 부동산 규제의 후유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만 가고 있다.
부동산만 보고 정책 수단을 허둥지둥 구사하다가는 경기 경착륙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지난 추석 이후에 집값이 또 다시 요동치자 정부는 이것저것 대책을 남발했지만 과연 이들 대책의 부작용에 대해 총체적 분석이 선행됐느냐는 의구심에 대해서는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부동산 거래가 끊기고 주택경기와 소비가 더욱 위축되면서 경제 위기가 닥친다면 설령 정부의 소원대로 부동산을 잡는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난해 11월 이후 부동산과 관련해 쏟아낸 규제는 금융 분야만 해도 줄잡아 10여개에 이른다. 주택 담보 인정비율 한도를 줄이고 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강화했다. 그것도 모자라 은행별로 대출 한도를 할당하는 총량 규제로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하려다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자 하루 만에 취소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지난 1·11 부동산대책 후속 조치로 투기지역의 주택담보대출을 종전의 1인당 2건에서 1건으로 축소하고 2월부터는 DTI 규제를 더욱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금융 당국의 고강도 규제는 새해로 접어들어서도 지칠 줄 모르는 정력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의 효력은 기껏해야 몇 달 가지 못한다는 게 지난 몇 년의 경험칙이다. 그리고 강도가 셀수록 효과도 크겠지만 부작용도 그에 비례해 커지기 마련이다.
부동산을 잡겠다고 하루가 멀다 하고 대책들이 발표되고 있지만 효과를 미처 분석할 틈도 없이 다른 대책들이 잇따르니 정책의 유효성을 가늠할 길조차 없다. 가계 부채를 줄이는 과정에서 근로소득 정체와 부동산 가격 급락 등이 동반된다면 일본형 장기 불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경고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자칫하면 자산시장과 금융시장의 혼란, 개인파산자와 신용불량자 양산, 금융기관 부실화, 기업 파산 급증 등이 순차적으로 일어나면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양상을 보일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정부는 거품의 붕괴를 사전에 차단할 대책들을 병행하고 있므로 문제 없다고 장담하지만 문민정부 시절의 외환 위기와 국민의 정부 막바지에 배태된 부동산 투기나 신용카드 대란과 같은 과거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영 미덥지 않은 게 사실이다. 부동산에 모두 걸기(올인)를 감행하는 도박을 더 이상 고집해서는 안된다.
일부 시장 실패에 대해서는 적절한 개입의 명분도 없지 않지만 정책의 실패로 귀결될 공산이 농후한 무리수는 삼가는 게 못지않게 요긴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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