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인사상 불이익 등 때문에 외부공개 기피…개선책 마련 시급
전남 청소년상담지원센터, 지난해 상담 사례 25건 불과
일선 학교의 학교 폭력 대처가 형식적이고 미온적인 수준에 그쳐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일 전남 청소년상담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남 동부지역 중·고등학교에서 신체적 폭력·왕따·가출 등으로 상담을 받은 사례는 고작 25건에 불과했다.
신청 건수 또한 학교측이 주로 가해자 중심으로 의뢰를 하고 있어 피해 학생 구제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같이 상담 사례가 적은 것은 대부분의 학교가 학교 이미지와 인사상 불이익 등 때문에 학교 폭력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 자체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남도가 지난 해 1천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학교 폭력 피해 학생 치료를 위해 순천 성가롤로 병원을 지정했으나 이용자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돼 학교 폭력 기피 현상을 방증해 주고 있다.
상담지원팀 조연용 팀장은 “95% 이상의 학교가 학내 폭력에 대해 알아서 해결 한다며 공개 자체를 기피하고 있다”며 “학교 폭력이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한 해결보다는 무마하는 경향이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여수 M중학교 1학년 이모군(13)도 지난 해 같은 반 학우 3명에게 수개월 동안 집단 괴롭힘을 당해 학부모가 수차례 항의했으나 전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자 언론에 이를 공개해 관할 교육청이 뒤늦게 나서 사태를 수습했다.
이모군은 지난 해 11월초부터 학교를 가지 않고 현재 집에서 요양 중이다.
또 지난 해 5월 17일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한 순천 S중학교 임모군(16)의 경우도 임군의 아버지가 사건 직후 수사 요청과 학교측의 진상 규명을 요구했지만 ‘일상적인 일’로 묵살 당하자 최근 이를 언론에 공개해 재수사가 시작되고 있다.
임군의 자살 동기는 당시 유언장을 토대로 성적 비관으로 알려졌으나 임군의 아버지가 1년 6개월동안 끈질긴 추적 끝에 ‘집단 괴롭힘’으로 자살했다는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조 팀장은 “일선 학교의 학교 폭력 예방교육은 학교 폭력 관련 비디오를 틀어 주는 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교육이나 처벌 또한 가해자 중심으로 이뤄져 피해 학생은 현실적으로 하소연 할 곳이 없는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일선교육청도 매월 생활지도 월례회와 같은 형식적인 회의를 통해 지도하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
이처럼 일선 학교의 학교 폭력 대처가 적극적인 해결 보다는 무마에 급급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학교 이미지와 사건화될 경우 뒤따르는 인사상 불이익 때문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피해 학생 학부모들도 한결같이 “학교 폭력이 발생할 경우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 게 교육계”라고 말한다.
이에 따라 학교 폭력 해결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목표를 세워 인성과 품성 교육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외부 인사 참여를 통해 학생들과 소통하게 하고 이를 통해 학교의 폐쇄성을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학교의 각종 위원회에 교육의 주체인 학생들의 참여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 학생 자신들의 목소리가 학교 운영에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조 팀장은 “학교 폭력에 대한 수많은 예방책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가 움직이지 않으면 전혀 해결될 수 없다”며 “‘말해 봤자 필요 없는 것이 왕따’라는 인식을 바꿔주기 위해 학교와 어른들이 머리를 맞대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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