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초등학생 전국 최상위권 학력으로 눈길을 끌었던 전북 임실교육청이 학생 성적을 허위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비단 임실 지역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시험 때부터 교사들이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눈감는 등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교육행정의 최일선 뿌리가 이렇듯 제 멋대로요, 비도덕적이라는 사실에 우선 기가 막힌다.
현장의 엉터리 자료를 토대로 운영되는 교육행정이 제대로 될 리 없다. 대한민국 교육행정의 총체적 부실을 보는 듯하다. 평가 결과가 발표된 뒤 학교마다 ‘잘 가르치기’ 경쟁이 일어났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결과적으로 허깨비를 보며 박수 친 격이니 황당하고 어이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력평가의 긍정적이고도 순기능적 측면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지난해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학력평가의 취지는 학부모에게 자녀의 학업성취 수준을 알게 해주고, 교사가 학생 수준에 맞는 학습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것이다. 학력이 떨어지는 학교를 찾아내 집중 지원함으로써 지역·학교 간 학력 격차를 해소하려는 목적도 있다.
그런 취지를 달성하려면 평가의 신뢰성을 되찾는 작업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교육당국은 우선 철저한 진상 조사로 이번 사태의 원인을 규명하고, 의혹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새로운 대책으로 학력평가의 출제·감독·채점·공개 등 전 과정에 수술칼을 들이대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전교조는 ‘임실의 기적’이 교과부의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학교서열화를 조장하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폐지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나무를 보고 숲을 말하지 말라.
30년 동안 가려졌던 교육현장의 실상을 보여주는 학력평가의 당위성이 ‘임실 사례’ 때문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평가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부 부작용이나 폐단은 시정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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