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진 검찰총장이 2년 임기를 5개월여 남기고 퇴임했다.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 도입 후 임명된 15명의 검찰총장 가운데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9번째 총장이 됐다. 임기를 채운 사람은 6명뿐이다. 정권 교체기에 임명된 검찰총장들은 예외 없이 임기를 다하지 못했다. 노태우 정부 말기에 임명됐던 박종철 총장, 김대중 정부 종반인 2002년 11월 임명됐던 김각영 전 총장은 다음 정권의 취임과 거의 동시에 밀려 물러났다.
임 총장의 자의 반 타의 반 사임의 직접적 계기는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의 후유증이다. 이번 수사에서 노 전 대통령측이 혐의를 부인하고 증언을 번복해서 검찰 수사가 난항을 한 측면이 있었지만 검찰측의 실책도 있었다. 물러난 정권이 임명한 총장이라는 임 총장의 태생적 한계가 일을 더 꼬이게 하기도 했다. 임 총장은 자신이 현 정권의 신임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을 것이고 그래서 자신 있게 검찰을 지휘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임 총장에겐 자기를 총장에 발탁한 권력을 상대로 칼을 휘둘러야 하는 상황에서 인간적인 고민도 컸다. 노 전 대통령 신병처리에 결단을 못 내리고 주저주저한 것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임 총장은 사표를 낸 후 인터뷰에서 “(임명장을 준 사람을 수사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간의 도리와 검사의 길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했다”고 털어놨다. 정권은 5년마다 바뀌지만 검찰총장 임기는 2년이다.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장관의 지휘권은 사실상 행사되지 않는 게 관례였다.
2005년 강정구 교수 구속 여부를 놓고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이 지휘권을 발동하자 김종빈 검찰총장이 반발해 전격 사퇴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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