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급 학교 학생들이 새 학년의 들뜬 발걸음으로 교정을 들어서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학년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시간은 늘 이렇게 무심히 빠르게 지나간다. 연말연시, 종강 및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도 세월의 무상함과 속절없음에는 예외가 아닐 것이다.
대체로 군에 다녀온 복학생들은 하루라도 빨리 안정된 직장을 구해 독립을 하여,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자신의 능력도 인정받고 싶고, 부모님의 수고로움도 덜어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 군에 가지 않은 학생들의 대부분은 빨리 방학이나 했으면 하는 바램 일 것이다.
실컷 잠도 자고, 놀아도 보고,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어서 여행도 하며 즐기다가 군에 가겠다는 것이다. 아직은 부모님을 생각하기보다 자신의 편안함과 만족감이 우선인 그들이다.
그런 저들도 군복무를 다하고 나면 제법 의젓한 남자로 거듭 태어날 것이다. 그리고 주위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세상에 헛된 일은 없으며, 노력 없이 얻어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다시금 알게 된다.
요즘 청년들의 대부분은 뭔지 모를 조급함으로 마음이 편치 않다. 자신의 꿈이 클수록 조급함도 심해진다. 그들 대부분은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다른 친구들보다 많이 앞서고도 싶은데 시간에 쫓겨 정작 능률은 크게 오르지 않아 고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어떤 일이든 적기가 있고 그 시기에 소중하게 해내야하는 일들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해서라고 생각된다.
장난처럼 학생들은 “아 내가 다시 1~3학년이라면 더 잘 했을 텐데 벌써 졸업을 해야 하는구나!”라는 말을 자주 할 때이다. 4년이라는 길 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대학생활이니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어 그 마음이 이해되지만 사람에게는 시간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이다. 이처럼 지난 것에 대한 미련도 버리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지나친 기대도 접고 오로지 지금에 충실하면서 지금하고 있는 일들과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가장 인생을 아름답고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많은 이들에게 무소유의 가르침을 주셨던 법정스님의 ‘일기일회(一機一會)’라는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매순간이 이전에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가짐도 행동도 그렇게 임해야 한다.” 오늘이 남은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 여기고 지금 이 순간을 성실하게 멋지게 보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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