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0개 분야의 서비스 산업 선진화를 위해 정책방안을 내놓았다. 이중 하나가 의료서비스 선진화다. 정부는 10개 과제 중 의료와 교육 분야의 선진화 방안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기획재정부가 최근 대형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보건복지가족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해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건강보험 체계가 무너지고 의료비가 폭등하면서 중소병원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면서 시민단체 등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보험인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의료개혁 논의를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안된다. 의료산업화란, 10여 년 전 의료보장개혁위원회에서 민간의료보험 도입 등이 처음 논의되었고, 최근에는 정부의 정책 입안하는 분들에 의해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가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정부 관료들이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를 고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꾀할 수 있고, 건강보험 재정에 투여되는 정부 지원금을 줄이기 위함이다. 정부는 매년 지역가입자의 급여비를 지원하고 있고, 공보험인 건강보험의 보장성강화를 위해 건강보험 급여율을 70~8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년 수 조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건강보험의 재정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건강보험 급여비의 증가추세에 맞추어 가입자인 국민의 부담을 늘리거나, 국고지원액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두 가지 방법 모두 쉬운 일이 아니다. 국민의 부담을 늘리자니 장기 경기침체에 허덕이고 있는 국민의 불만이 많을 것은 기정사실이고, 그렇다고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끌어 정부 돈이 넉넉한 것 또한 아닌 것 같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란 명분아래 의료의 영역을 시장원리에 맡기려 한 것이다. 의료시장을 시장의 원리에 의존한 나라는 미국이란 나라가 유일하다. 여러 선진국가가 우리나라처럼 공보험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공보험이 없이 우리정부가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의 모델로 삼고 있는 민간의료보험만이 있다. 최고의 부자나라 라고들 하고 있지만 미국은 13억명 중국의 1년 GDP에 맞먹는 2조2천억 달러를 의료에 쏟아 붇고 있다. 그런데도 4천500만명이 넘는 미국인들이 의료보험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의료보험이 있다고 해서 의료비 부담에서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보험이 있어도 질병에 걸리면 본인 부담이 만만치 않다. 미국은 전체 의료비가 평균소득의 20%가 넘는다. 이 엄청난 의료비를 소비하고도 영아사망률이나 건강지표는 OECD 선진국 중 최하위이고, 의료비로 인한 파산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200만명에 이르는 실정이다. 또한 미국 의료보험 가입자의 55%는 기업이 부담하는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는데, 기업이 부담하는 직원들 의료보험료가 장난이 아니다. 생산된 자동차 한 대당 들어가는 의료비 부담을 비교해보면 그 실상이 잘 드러난다. 미국 GM이 1천525달러 들어가는 반면, 캐나다 GM의 경우 187달러, 일본 도요다가 97달러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러니 미국의 높은 의료비 문제는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장애요인으로까지 발전해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의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미국 대선의 이슈 중 최대 현안이었던 의료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하고 대통령이 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 국민 누구나 부담 가능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의료보장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러한 미국에서도 공공의료 비율이 35%인데 우리나라는 10%에도 못 미친다. 공공의료가 10%도 안 된 우리나라에 의료시장이 개방되면 민간병원에 갈 형편이 안되는 가난한 국민들은 공공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기위해 길게 줄서서 기다려야 할 것이다. 의료시장이 개방된 싱가포르는 외국자본에 의한 영리병원화가 국민들로부터 큰 비판 없이 가능하게 된 것은 자국 내 공공의료시설이 국민의 의료보장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80% 이상이 공공의료기관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적은 부담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있다. 최근 의료산업화를 추구하려는 유럽의 경우도 공공의료기관이 80%가 넘고, 전체가 공공의료인 중국 의료시장은 WTO 가입과 대외개방으로 사상 최대의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여기에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생활수준 향상도 중국 의료시장의 성장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이는 공공의료 인프라가 구축된 상태에서 의료산업 선진화가 추구되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들 국가처럼 공공의료시설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추진할 경우 수익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주식회사형 병원들이 등장하면서 국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및 고가 의료서비스를 개발하는데 매진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주변 비영리병원에도 영향을 미쳐 국민의료비의 폭증을 불러오게 된다. 결국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되고 민간의료보험은 엄청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따라서 건강보험제도는 사실상 무력화 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은 공공의료시설 확충과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이후에 논의되어야 한다. [관리자 기자] |
